뽐나게, 산다

너를 보내고 - 이청하

칸나빵 2019. 12. 2. 09:31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 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픈 영혼의 입자들이.

 

 

 

 

 

 

"너를 보내고"라는 시 한편을 떠듬떠듬 생각해보는 아침.

시라는 것이(모든 예술문학이 그러하겠지만)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수록

이해와 감정이 달라짐을 느낀다.

 

시의 화자는,

너를 보내고 슬퍼함이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