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송이가 왔다. (feat.비숑인지 푸들인지.)
아주아주 어릴적에. 유치원인가 초등(아....나 국민이었지;;;;;)학교때였으니,
호랑이 담배피고 있었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아주 어릴적에.
흔하디 흔한 동네개였다.
그때 당시 내가 알고 있던 가장 좋은 영어단어를 모아모아
"해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가족으로 살다가,
뒷산에 올라가서 구멍을 파고 조용히 무지개 다리를 건넜던 그 녀석.
개는 주인에게 죽음을 보여주기 싫어한다카더라_ 하던데,
똑똑하고 야무지던 그 녀석은 가족의 곁은 아주 조용히 떠났다.
한동안 우리는 강아지의 강자도 꺼내지 못했다가, 어머니의 마음을 치유해주기 위해 천사처럼 내려온 시츄 한마리.
그때 티비에서 "슈가"라는 예쁜 아이돌이 나왔고, 엄마는 세상 달콤하게 "슈"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개를 집안에서 키우는건 싫다고 싫다고_하던 아부지는......
아부지는 팔과 다리를 쓰실수가 없었다. 슈가 팔다리를 베고 있으면 움직이지 않으셨으니깐.......ㅋㅋㅋㅋ
호적에 올리고 싶었던 슈는 14년을 살다가 조용히, 성품처럼 너무나도 우아하게 세상을 떠났다.
조용하고 우울하고 세침하고 아부지의 전생 첩이었던(그랬을 것 같다-_-) 그녀의 죽음으로 상심에 빠진 엄마는 한동안 강아지를 못키우다가
우연히, 나도 알수없는 루트로, 아마도 어딘가에서 입양을 하신 것 같은 그를 데려왔다.
민송이.... 비숑....-_-
세상깨발랄한 그...(아....이제 그녀 일지도.;;;;;;;;)
내가 보기엔 푸들같은데 비숑이라고 우기는 어머니.
그치만 비숑은 주둥이가 짧다던데...-_- 믹스견이면 어떠리.
어머니의 막내아들이 왔거늘.ㅋㅋㅋㅋ
이제 좀 많이 커진 민송이. 막. 막막 말이야. 누님을 아니, 언니를 말이야.ㅋㅋㅋㅋ 막 밟아?? 나를?? 니가 아직 날 모르는구나!!! 콱!!!!!
가끔 집에 가면
너무 커져서 놀랍고, 주둥이가 더 길어져서 놀랍고,
아무리봐도 푸들같아보여 놀랍고, 상추를 너무 잘 주워먹어 놀랍고,
세상 깨발랄하면서 애기고양이한테도 겁먹는 쫄보라서 놀랍고,
그저 놀라운 그. 그녀. 민송이.
뭔가 생명을 키우는건 너무 큰 책임을 짊어지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만,
그래서 늘 정을 덜 주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에 가족이 된 민송이가 자꾸 신경이 쓰이는건,
해피도, 슈도, 삼식이도(슈의 아들이었다), 모두의 죽음을 나는 겪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죽음을 본적도, 함께 해준적도, 시간을 들여 정성껏 슬퍼해주지 못했다.
이번에 온 막내동생 민송이에게는, 건강한 이별을 맞이할 수 있기를.